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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2014.12.29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구역질에 배탈설사까지 온 몸이 난리도 아니다. 어젯밤 친구들과 한 해를 보냈다곤 하지만 과음을 한 것은 아니었다. 뭘 잘못 먹었다거나, 추운 방에서 잠을 잔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쉬지도 않고 소리를 내는 뱃속을 문질렀다. 조금 나아지는 듯해서 손으루떼면 배는 다시 그르릉거리며 통등을 가져왔다. 배를 부여잡기까지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타인에게 이런 상처를 주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벅벅긁혀 피투성이가 된 타인에게 나 좀 이해해달라는 자격이 있을까, 하고 ​ 더보기
2014.12.24 ​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무실 안에서 부쩍 조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고개를 꾸벅거릴 때 마다 의자는 삐꺽, 삐꺽거리며 옆 동료에게 내 졸음을 알린다. 꿈속을 헤맬 때는 삐꺽소리가 특히 빠르다. 그 소리에 졸음에서 깼다가도 이내 잠들고, 그러기를 거듭하다 어느새 해가 저문다. 해가 짧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 졸음이 길었던 걸까. 졸음이 끝나면 하루가 저물듯, 바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이렇다 할 게 없는 올 한 해가 저문다. 더보기
2014.12.17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금술좋기로 소문난 연예인 부부가 나와 사랑에 대한 주제로 토크쇼를 했던 적이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에 한없는 아내사랑으로 잘 알려진 남편 쪽은 사실 좀 언짢다. 첫째로는 행복한 이미지를 팔아 장사를 하는 것 같기 때문이고(그는 자주 결혼생활에 대해 강연을 하고 다닌다) 둘째는 "부부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자기개발서 식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사랑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거기엔 개츠비처럼 진창같은 삶을 살다가 허무하게 결말을 맞이하는 사랑도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세상이 반대하는 사랑도 있고, 주홍글자에서 처럼 위법적인 사랑도 있다. 어찌 보면 사랑이란 참혹하고, 위험하고, 치열하고, 잔인한 경우가 더 많은 셈인데 sns 등지에서 요구하는 사상이란 한결 같을 뿐이다... 더보기
2014.12.01 ​ 어느새 2014년의 마지막 달이 왔다. 그러나 '마지막'의 어감이 주는 아련한 낭만과는 달리 기상청에서 전하는 12월은 냉랭하기만 했다. 영하를 웃도는 갑작스러운 강추위, 전국의 산발적인 눈, 남부지방에서는 십센티가 넘는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나는 옷을 겹겹이 입어 추운 새벽길에 대비코자 했다. 하지만 첫새벽은 생각보다 포근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깜깜한 새벽가운데 가로등이 줄지어 길을 밝혀주면서 나는 그 거리를 지나갔다. 비닐 하우스들을 지나갈 무렵, 어둠 속에서 개 한 마리가 엉덩이를 깔고 앉아 뒷다리로 저 뺨을 긁어댔다. 앞서 영하라는 수치화된 겨울날씨에 잔뜩 긴장했지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시각, 피부, 호흡, 빛, 감정, 선 등 여러가지가 있었기 때문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