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어느 호수는 나무가 쓰러진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무를 부끄러워한다거나 치우려는 사람은 없다. 부러진 둥치를 보여준다는 것은 마을이 게으르게 보일 수도 있겠건만.
어렸을 적엔 어른이 된다는 게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멋있게 변해있을 모습을 자주 생각하곤 했는데 사실 사회에 나와보니 어른들이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멋있게 변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멋지다고 생각했던 어른들이란, 그 소년소녀의 순수함을 오랜시간 보존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쓰러진 둥치를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이미 멋있는 어른이 될 기회는 지나가는 셈이다. 내 안의 모든 치부, 상처들을 그대로 지키며 자라나는 것이 정말 멋진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