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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 봉피양 순면


방이동 봉피양에 갔다. <수요 미식회>에서 평양냉면을 소개하는 바람에 일대 냉면덕후들은 난리가 났다. 가뜩이나 줄서는 집에 방송까지 타버렸으니 그들에겐 레드얼럿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이 경우 업장에서도 결코 좋은 일이라고만은 볼 수 없겠다. 어차피 줄서는 집에서 냉면맛집이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갈비나 만두 등의 판매량은 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업주 안에서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선 재정비를 해야만 한다.



우래옥은 벌써부터 줄선 사람들로 거리를 가득 메웠단다. 이렇게 되면 주변 상가로부터 민원도여간 민원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사람이 많아지면 기존의 맛이나 서비스 등의 체제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또 수요 때문에 가격은 올라간다. 냉면을 몰랐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기존의 단골들에겐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냉면계의 하향평준화랄까. 이 위기가 닥쳐오기 전, 봉피양 방이점에 다녀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순면은 방이점에 하나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수요미식회를 보니 아직 우래옥에서도 한단다. 순면이 잡숫고 싶으신 분들는 참고하시면 된다.



단, 순면에서의 역할은 메밀 함량만을 따질 것이 아니다. 황교익 선생님의 말 처럼 뭐든 작물들에게는 나름의 떼루아(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컨디션)가 있는 법이며, 메밀을 무엇으로 갈았느냐도 중요한 사안이다. 가령, 커피로 칠 때, 500만원 짜리 말코닉그라인더로 분쇄하느냐, 아니면 2만원짜리 핸드밀로 분쇄하느냐의 차이 처럼 메밀 역시 그 안에서 미분이라는 것이 있고 열에너지의 발생으로 잡미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소문난 맛집에서 순면을 먹었는데 맛이 별로라면 분쇄나 떼루아의 과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럴 경우 다음엔 순면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최근 유명 냉면집에서 순면이 사라지는 까닭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인지 모른다. 단가는 높을 수밖에 없는데 퀄리티가 아니한 것만 못하다면 컴플레인도 많아지고, 또 업주의 성에도 차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미식회에서도 의견이 갈린 것 처럼 봉피양의 냉면은 우래옥에 비견할 만큼 진하다. 그러므로 입맛에 맞지 않을 걱정은 다른 슴슴한 냉면에 비해선 적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