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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햏햏리스트/용산구

카페고찰(3)- 릴리브 커피 relieve

카페고찰(3)- 릴리브 커피 relieve

 

 

 

 

가오픈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카페가 있다. 이태원 도달하기 어려운 공간에 딱 갖출 것만 갖춘 릴리브 커피가 그곳이다. 메뉴는 단촐하고 새하얀 벽에, 냉난방기와 스피커, 머신, 직원, 테이블과 체어, 통유리 그게 다이다. 최근 이곳에서 자기 스튜디오 마냥 사진을 찍어대는 쇼핑몰 개인사업자들이 몰려들어옴에 따라 하나가 추가 되었다. <상업용 사진촬영을 금합니다>라는 내용이다. 직원 말에 따르면 의자를 밟고 사진을 찍는다거나, 다른 손님들에게 무례를 끼치기도 해서 고민 끝에 붙였다고.

 

 

 

 

카페 계의 미니멀리즘

쇼핑몰 업자들이 들개처럼 이곳을 찾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우선 엄청난 채광에 사진이 기똥차게 나온다는 점, 커피의 가격이나 잔의 모양새, 심지어 냅킨까지 대충 만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사진을 촬영하면 마치 스튜디오에서 찍은 듯한 퀄리티가 나올 정도. 아마 이 곳의 대표도 다분히 그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대표가 사진과 관련된 일을 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디자인 관련 전공자가 카페를 차리는 경우는 많다. 사람들은 여러 감각 중에서 눈과 입으로 접근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미니멀리즘의 바람은 아마 아이폰이 일으킨 붐이겠지만 정말 명료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필요없는 것을 버리면서 풍성하게 갖추고 있다는 철학은 배운사람이건 아니건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이해도가 쉽다. (사진촬영 금지문구 빼고)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은 흰벽, 전면 통유리, 스피커, 앉을 곳 몇 곳만 빼면 정말 아무 것도 없다. 그 흔하다는 선반조차 없다. 이곳은 창천동의 펠트커피와 유사한 구조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곳보다는 릴리브의 구성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릴리브는 너무 앉을 곳이 부족한 까닭에 카페라기 보다는 잠시 머무르는 곳, 마치 갤러리를 연상케하는 쇼룸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앉아서 편히 먹고 가도 될 것 같은 릴리브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이 처럼 앉을 곳을 약간 모자라게 하는 카페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이는 장점도 있다. 자리가 모자라면 거리낌 없이 서서 마시다 가도 되는 분위기, 즉 공간대비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 테이블회전에 대한 고민의 일차적 대안 정도이다. 이런 곳은 가게주인 입장에서는 좋은 시스템이지만 아무래도 편안히 마시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반면 릴리브는 공간의 디자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는 점 등은 유사하지만 펠트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하겠다.

 

 

 

커피맛

릴리브의 커피맛은 기본적으로 산미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쎄한 느낌은 아니고 어느 정도 강조를 한 정도에 그친다. 충격적인 건 3천원 안팎의 커피가격이라는 점이다. 잔은 좀 작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깊은 맛이 난다. 가령 아메리카노의 경우 물의 함량이 적기 때문에 좀더 진하게 커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물이 적다고 샷이 덜 들어가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추출중간에 끊어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깔끔한 풍미일 듯) 단순히 물이나 우유의 함량 정도가 적어서 커피 값이 그러하다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지경이다. 맛도 가격도 모두 잡은 것이랄까, 어차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단가차이는 크게 나지 않을 것이다.

 

즉, 간략히 말하자면 맛이나 공간이나 모두 손님을 위해 준비된 것 처럼 구성되어있다고 할 수 있겠다. 흠이 있다면 접근성이 어렵다는 점이겠지만 고난 끝에 낙이 있으리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만 하다. 오히려 복작거리지 않고 조용해서 딱 그 위치가 좋다. 나만 알고 싶은 카페란 이런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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