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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햏햏리스트

연남동 동진시장 커피리브레

 

 

연남동 동진시장 커피리브레

 

 

 

 

홍대에 밀려나온 상가들이 연남동이나 상수, 합정 등으로 내려와 오늘날 홍대 주변 동네에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 다 높은 임대료로 인한 파급력이라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그 이 전에 이미 연남동을 지켜온 곳들이 있다. 커피리브레 역시 그러한 공간으로써 어느새 연남동에 들어온 짬도 4년~5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커피리브레를 '공간'이라고 소개한 까닭은, 무엇이라고 정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서다. 카페라고 하기에도 어렵고, 커피를 팔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곳에는 여느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여유라거나 '예쁜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협소한 공간에, 인테리어는 하지 않았고, 카운터는 지저분하다. 그 덕분에 계산하기도 어렵고, 카운터는 문 바로 안쪽에 있어, 만일 손님이 계산 중이라면 계산이 끝날 때까지 손님은 물리적으로 입장이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설명만 들어 보면 이런 불친절한 카페가 다 있나 싶기도 하지만, 이곳을 카페라는 인식을 버리고 바라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되기도 한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라떼, (브루잉은 이제 안 하는 것 같다) 뿐, 테이블은 두 세 개 정도이며, 문을 잠그지 않고 가도 도둑 걱정이 없을 것 같을 정도이다. 도둑이 가져갈 게 없다는 것은, 그만큼 군더더기를 제거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오로지 커피와 관계된 것만 있다. 빈, 메뉴, 머신, 직원. 직원은 불칠절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절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 친절하면 오히려 연남점이라는 공간에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업주라면 '친절하게 응대하지는 말아라'라고 이야기했을 것 같기도 하다.

 

커피리브레는 현재 명동성당, 영등포 점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종래 한남동에도 지점이 있었지만 임대주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문을 닫은지가 한 달 정도 흘렀다. 그런데 모든 지점이 연남점 같은 것은 아니다. 종래 한남점에서는 살가운 공간에 테이블은 적은 편이어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 하고 가는 것이 가능했다. 프렌차이즈의 카페와는 다르게, 바글바글한 환경도 아니고, 오히려 자유도가 높은 도서관에 가까울 만큼 매력있는 공간이었으며, 영등포의 경우에는 <오월의 종>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근대 문화재 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명동성당 점에서는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머신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람이 많지 않아 기존의 한남점이 해오던 역할을 이어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먹거리가 많은 리브레를 가고 싶다면 영등포를, 카페 다운 공간을 위해서라면 서글서글한 직원이 있는 명동성당 점에 가면 된다. 그저 단순히 커피만 마시고 싶은 미니멀한 사람이라면 연남점이 제격이다.

 

 

커피리브레는 지점 마다 그 역할이 다르며, 그것들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다. 이 곳의 대표 서필훈 대표는 최근 <커피생두>라는 커피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하여 집대성한 책을 발간했다. 앞으로 이 책이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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